최근 16부작의 '용두용미(龍頭龍尾)' 막을 내린 화제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제주 해녀들의 삶이 조명되면서, 해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녀들이 물질(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할 때 내는 ‘숨비소리’와 오랜 기간 물질을 하며 겪는 ‘숨병’은 제주 해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 두 가지는 해녀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이 있으며, 이를 통해 해녀들이 바다에서 얼마나 치열한 생존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숨비소리’란 해녀가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작업한 후, 수면 위로 올라와 내뱉는 날숨 소리를 뜻한다. 제주 방언에서 ‘숨비’는 ‘숨을 불다’ 또는 ‘숨을 내뿜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해녀들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물속에서 길게는 2분 이상 숨을 참아야 하는데, 이는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물속에서 오랜 시간 작업한 후에는 폐 속에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배출해야 하는데, 이때 ‘휘이이익’ 하는 독특한 소리가 난다. 이는 단순한 호흡 소리가 아니라 해녀들 사이에서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만약 한 해녀가 물속에서 숨비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있다면, 주변 해녀들이 이를 위험 신호로 감지하고 즉시 도와줄 준비를 한다. 따라서 숨비소리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 해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숨비소리는 해녀들마다 각기 다르게 들리며, 그 소리를 듣고 누가 숨을 내쉬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다. 또한, 이 소리는 해녀들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힘이 넘치고 건강한 해녀는 길고 힘찬 숨비소리를 내지만, 체력이 약해지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해녀는 짧고 거친 숨비소리를 낼 때가 많다. 이러한 숨비소리는 해녀 공동체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통적인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2016년에는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반면, 해녀들의 물질 작업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생기는 건강 문제 중 하나가 ‘숨병’이다. 숨병은 해녀들이 반복적으로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과정에서 호흡기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뜻한다. 해녀들은 매일같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을 오래 참고 일하기 때문에 폐와 기관지가 쉽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숨을 오래 참으면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고, 갑자기 들이마시는 산소가 폐에 부담을 주면서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숨병에 걸리면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이 잦아지며, 심한 경우 폐기종이나 만성 기관지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숨병의 원인은 단순히 바닷속에서 숨을 참는 것만이 아니다. 해녀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급격한 수압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는 신체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 깊은 바다까지 들어가 작업하는 경우, 수압 차이로 인해 귀와 폐에 무리가 가고, 장기적으로는 호흡 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물속에서 장시간 일하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 더욱 취약해진다. 해녀들이 숨병을 앓게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숨 쉬는 것이 힘들어지고, 결국 물질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숨병을 예방하기 위해 해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왔다. 먼저, 물질을 할 때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시간 동안만 물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숨을 참고 난 후에는 충분한 호흡 조절 시간을 가지면서 폐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해녀들은 물질을 마친 후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를 마시며 폐를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제주에서는 ‘몸국’이라는 따뜻한 국을 먹으며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회복을 돕는 전통이 있다. 최근에는 해녀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현대적 장비도 개발되고 있으며, 일부 해녀들은 산소 공급 장치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녀들이 숨병에 걸리는 것은 단순히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와도 깊이 관련이 있다.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 바다에서 작업해야 하며, 이는 곧 신체에 무리를 주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나이가 많은 해녀일수록 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며,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생계를 위해 물질을 계속해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이는 해녀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해녀 일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건강 문제 때문이다.
숨비소리와 숨병은 단순히 해녀들의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제주 해녀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서로를 확인하며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신호 역할을 하며, 숨병은 오랜 기간 물질을 해온 해녀들이 겪는 대표적인 직업병이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자연과 싸우며 생계를 이어온 강인한 존재들이지만, 동시에 숨병과 같은 건강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해녀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이들의 전통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 해녀 문화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 바다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소중한 유산이다. 숨비소리를 들을 때마다 해녀들의 강인한 삶을 떠올리며, 이들의 이야기가 후대에도 계속 전해지길 바란다.